-
1월 1일Tag für Tag 2024. 1. 20. 12:21
그럴 때 나는 나보다 앞서 이 길을 지나간 시간을 체험한다.
어둠이 깔릴 때까지 나는 그런 곳을 걷는다. 거리가 자아내는 느낌과 비슷한 삶의 느낌들이 산책 내내 나와 동행한다.
밤이 되면 거리는 부재하는 북적임의 공간이다. 그런 북적거림 역시 (낮의 북적거림과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낮이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밤이면 나는 내가 된다.
인간과 사물 모두는 동일한 추상적 운명을 갖는다. 비밀의 산술식으로 표기하면 둘 다 마찬가지로 하찮고 무의미한 기호가 된다.처음 걷는 시가지를 지나 처음 와 본 천변을 걷는다. 대도시 옆에 붙어 있는 이 작은 도시는 낡음과 지저분함 쓰레기 오래된 충경과 그 풍경 이전의 거리를 기억하는 노인들 그 노인들과 함께 사는 동물들 이곳 사람이 아닌 듯 보이는 젊은이들과 촌티나는 조금 더 나이 든 젊은 사람들 중앙아시아에서 온 노동자들이 혼재해 있다. 나는 걷는다. 아침에 일어난 일도 전날 밤 일어난 일도 생각하지 않으며 걷는다. 무슨 일이 아침과 밤에 있었는지 몸통의 통증만이 그 장면들을 간직하고 있다. 관리되지 않은 포장도로를 걷는다. 처음 걷는 길이기만 하면 족하다. 다음 풍경을 가늠할 수 없는 낯설음은 긴장과 들뜨으로 간 뒤 시각적인 효과를 뿜으며 걷고 있는 나만을 남긴다. 나는 생각 없이 걷고 익숙한 색채 속에서 팔과 다리 안쪽 그리고 몸통을 감싸는 딱딱하고 얇은 통증과 함께 걷는다. 잃을 기억도 없이 잊은 채로 걷고 처음 와 본 이 도시와 거리와 강은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고 여기가 어디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중요치 않고 나는 하늘을 보며 걷는다.
+
그래도 어느 순간에는 걸음을 멈추어 돌아선다. 기억 없이 앞으로 앞으로 처음 보는 거리와 풍경들 속으로 계속해서 빨려 들어가는 걸음을 멈춰 세우고 지나온 길을 머릿속에서 되짚는다. 할머니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등을 돌려 다시 아는 세계로 돌아간다.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