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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Tag für Tag 2024. 1. 20. 13:08
23.12.23
선생님 근데요, 제가 생각을 좀 많이 해봤는데, 아니 생각을 많이 막 한 건 아니고, 그래도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근데 사실 제가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생각이 난 거겠죠? 그런 생각들이.
선생님은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이라는 게. 선생님. 선생님은 뭘까요.
이상하게 아침에 현호정 작가 박지리문학상 수상소감을 다시 읽었어요. 맨 뒤에 있는 (심사평보다는 앞에 있긴 한데) 수상소감만요. 단단. 마음이 미어졌어요. 단단. 처음 읽었을 때처럼요. 이 책이 제가 그때 변호사 시험 감독관 할 때 시험을 보고 있는 로스쿨 졸업생들을 앞에 두고 교단 위 구석 의자에 앉아 있다가 뛰쳐나가서 떨어지고 싶었던 날 - 6층이었고 복도는 통유리창이었어요 - 그날 시험을 보는 변호사나 검사나 판사 비스무리한 것이 될 사람들을 앞에 두고 그 충동을 가만히 앉아서 심장이 몸보다 커진 것 같은 등을 의자 등받이에 붙인 채 참으며 읽었던 소설이거든요. 책 표지엔 은성을 똑 닮은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어요.
밤에는 눈이 내려요. 지금도 내리고 있어요. 그 무게를 증명하듯 천천히 살포시 가볍고 고요하게. 내리고 있기 보다는 떠다니고 있었고 저는 그 사이를 지나다녔어요. 몇 번은 너무 아름다워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어요. 갑자기 혼자서 연극을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연극을 막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단 말이죠?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까지 좋은 연극 작품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좋은 작품을 보고 싶거나 연극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 코 앞에서 조명을 받으며 연기하는 것을 봐야겠는 거예요. 어떤 과잉. 약속된 것이지만 그래도 그런 어떤 감정과 몸의 움직임, 소리를 가만히 빤히 쳐다보고 싶어 졌어요.
토요일 오전에는 시험기간인데도 도서관이 썰렁해요. 김사과 소설을 빌리려고 도서관에 김사과 소설을 빌리지 못하고 다른 책 5권을 빌렸어요. 체호프의 희곡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도 빌리지 못했고요. 숲으로 가고 싶어요. 선생님. 근데 이거 진짜 아닌 것 같아요. 다르게 불렀으면 뭐가 달랐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웃기네요. 그런데 이제 벌써 12월이에요. 아니 12월도 끝나가요. 시간이 흘렀네요. 한결이랑 전화를 했어요. 그리고 희수언니한테 전화가 왔어요. 학교. 말이 나오지 않네요. ㅎㅎ 다시 한순간에 얼어붙을 수 있었고 눈물이 엄청 짰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었어요. 두 다리를 접어 허벅지를 배에 붙이고 등을 굽히고 팔로 그것들을 감았어요. 의자에 앉아 있다가 어느새 바닥에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있어요. 제 몸이 너무 거대하게 느껴졌어요. 너무 크고 비대하고 두껍고. 패딩을 여러 겹 껴 입으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어요. 아니가 미치도록 죽고 싶을 만큼 보고 싶어 졌어요. 왜. 당장 전화를 해야겠고 아니면 당장 찾아가야겠어서 진짜로 메일을 쓸 뻔했어요. 빨래 건조대에 걸려있는 탈수가 덜 되어 축축한 검은 외투가 된 것 같았어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 당사자들의 문제 가연이의 연락을 피했다 이런 말들이었던 것 같아요. 내게 중요하고 사람들, 내가 그 안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서로를 나눠 가졌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또 각자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윤리가 이렇게 단번에 뒤집혀 자살의 목적이 되어요. 엄살. 저는 웅크린 곳에서 팔을 뻗어 가방 속에서 오늘 빌려 온 박지리 작가의 마지막 작품을 꺼내 읽었어요. 죽은 사람. 더 정확하게는 자살한 사람. 이라는 게 필요했던 걸까요.
눈을 맞으며 이상을 생각했어요. 이따금 이수경 작가 작품이 계속 보고 싶어요. 선생님,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생각해 둔 말이 있고 진심인데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근데 선생님 선생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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