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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어제Tag für Tag 2023. 6. 15. 04:08
23.06.14
아침에 피아노 학원에 갔다. 이게 얼마 만인지. 돌아와서 잠을 잤다. 오후 5시까지. 어쩐지. 요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것에 비해 생활이 휘청이기는커녕 멀쩡히 버텨내더라니.
어제는 페미니즘과 커뮤니티 마지막 수업이 끝난 뒤 은성과 잠시 만났다. 사람은 무서운데 배는 고픈 아기 고양이에게 밥을 먹이고 저녁을 먹지 않은 은성에게 밥을 차려 주었다. 은성은 이쁘고 맛있게 먹었고 나는 은성에게 얼마간의 위로를 바랐다. 산책에 나섰다. 피곤했는지 슬픔 때문이었는지 청승이었는지 농대 수목원 나무에 기대앉아 노래를 들으며 모르는 새 잠에 들었다. 정신이 들자 집까지 걸어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시 잠깐 졸다가 집으로 와 누워서 늘 그러던 것처럼 아니를 생각하다가 잠에 들었다.
낮을 잠으로 보낸 뒤 연이 있는 비티씨에 갔다. 나는 이번 달 장애인권 강연 이후 팩트에서 나갈 거라고 말했다. 왜냐면 내가 하고 싶은 건 연과 함께 해야 할 만 하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되었기 때문에. 돌려받은 말: 기다리던 바야. 우리는 캄보디아행 티켓을 끊었다. 같이 쿠팡 물류센터에 가야 할 듯하다. 연의 애인에게 오렌지 기타 엠프를 받았다. 내 엠프는 아직 농대 기숙사 612호 거실 냉장고 옆에 있으려나. 양손으로 엠프를 들고 집으로 오는 길에는 모리와 마주치고 싶다고 생각하며 걸었다. 톰웨이츠와 비틀즈 노래를 번갈아 들으며. 기숙사 앞에서 연우에게 전화해 저번에 말한 토마토 지금 달라고 했다. 연우 토마토는 죽이지 말아야지. 벌써 열매가 달려 있었다. 매일 옥상에 가서 물을 주어야 한다.
오는 길에 한남마트에 들려 오이를 샀다. 오이를 들고는 오이는 큐컴버 구어케 토마토는 토마토 토마-테 토메이도. 연우와 마주 앉아 오이를 넣은 칵테일을 만들어 마셨다. 건무화과와 우림이 준 밍밍한 과자와 아몬드와 은성이 좋아하는 카라멜 어쩌구 칩과 함께. 아. 카라멜 메이플 칩. 나가는 길에는 연우 손에 김숨 단편소설집 한 권과 하리보 한 주먹과 딸기즙 두 팩을 쥐여 주었다. 연우를 바래다주고 집에 왔다.
이제 진짜로 사회계층 시험 공부 해야 한다. 피유. . .
내 생각엔 오늘 오후부터 조증이 도져서 사람들이랑 이런 저런 약속을 잡아 버린 듯하다. 피유. . . 약속 날에도 조증이길 . .
어제 산책에 나설 때는 이렇게 계속 걸어가면 아니에게로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함부르크까지. 함부르크에서도 북쪽에 있는 호수 근처 작은 마을에까지 걸어서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산책에서 돌아 오는 길에는 집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걸었다. 무섭다. 내가 이미 편지를 보내버렸다는 사실이. 끝을 만들어 내려고 보낸 건지. 편지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아직 공항 같은 곳에서 분류되는 중일까. 중간에 유실되어도 아니에게 닿아도 알 수 없다. 발신이라는 게 그런 건가. 너무 보고 싶다. 아니, 너무 보고 싶고 만지고 싶어. 보고 싶어. 나 이제 이렇게나 잘 지내는데. 힘들어도 전부 무너지지는 않을 만큼 시간을 건너 왔는데. 모르겠어. 왜 너는 없는 건지. 왜 너만 생각하면 매번 빈집이 되어 버리는 기분에 휩싸이는지. 나한테 오지 않을 거라도, 내가 너에게 가지 못하도록 막을 거라도, 너는 나보다 먼저 죽으면 안 돼. 나는 너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살 수 있어. 잘 지내야 해 아니. 아프지 말고. 내가 아직도 아픔인 사람이라면 내 생각도 하지 말고. 잘 살아야 해.